
오랜만에 가족 모임이 있어서
엄마가 삼청동맛집을 알아보라고 하셨어요.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한창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어른들 모시고 가는 거니까
고즈넉하고 분위기 있고 깔끔한
한식집은 어떨까 싶더라고요.

그렇게 찾아간 만수의정원은
삼청동 문화거리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정독도서관과도 가까워서
금방 찾을 수 있었어요.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니
친절하게 주문을 받아주셨는데요.

정갈하고 고급스럽게 담아진 모습이
먹음직스럽고 예뻐 보여서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는데요.
물론 맛도 중요하겠지만
눈으로 먹는 것도 한몫하잖아요.
음식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건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은데
차림새가 아름다워 보이더라고요.

보쌈은 돼지고기로 요리하는 것인 만큼
잘못 조리하면 누린내가 나서
밖에서는 잘 안 사 먹는 거거든요.
그런데 잡내도 없고
윤기도 좔좔 흐르는 게
군침이 마구 돌더라고요.
생채와 무말랭이를 곁들여
적당히 도톰한 고기에 싸 먹으니까
환상적이었어요.

해물파전은 막걸리와 먹을까 하다가
와인이 있길래 시켜봤는데요.
파전의 약간 기름진 느낌을
드라이한 와인이 깔끔하게 씻어내 주니
소울메이트라고 부를 만하더라고요.
재료는 어찌나 많이 들어갔는지
집을 때마다 오징어가 씹혔고,
바삭바삭한 식감이 느껴졌어요.


삼청동맛집의 수제비는
해물이 많이 들어가서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었는데요.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니
느글느글한 느낌이 없고
훨씬 깔끔해서 좋더라고요.
과하게 오래 끓이면
국물이 텁텁해질 수 있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네요.
맛도 물론 훌륭했지만
빨간 고추에 파란 애호박까지
색 조합도 예쁘더라고요.

음식을 먹을수록 만족스러워서
다른 것도 더 시켜봤는데요.
약간 매콤한 것이 당겨서
김치전도 주문 해 봤어요.
이건 화이트와인과 어울린다고 하셔서
같이 곁들여 봤는데요.
매콤함을 달달한 와인이 잡아줘
궁합이 잘 맞더라고요.
양파장아찌는 아삭아삭하고 개운했어요.

떡갈비는 따끈하고 달짝지근한 게
술과 곁들여 먹기에 좋았는데요.
이가 약한 어른들이나
아이들이 먹기에도
안성맞춤일 것 같았어요.
부추무침과 같이 먹으니
알싸함이 느끼함을 잡아주었죠.
고소한 은행도 쏙쏙 뽑아먹었어요.

이곳은 고추장이나 된장 같은 장류를
직접 담그는 걸로도 유명했는데요.
이런 장을 담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던데
특히 좋은 물을 사용해야 하고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음식에 진심이 담겨있구나 싶어서
감동적이기까지 하더라고요.
비빔밥 위에 올려 먹었던 고추장 양념이
이토록 입에 착 달라붙었던 건
정성 때문이었구나 싶네요.

삼청동맛집에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항아리들이
귀여워 보여서 찍어봤는데요.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모두 다 쓰임새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것처럼
모두 깨끗하게 관리하고 계시는 게
눈에 확 들어왔는데요.
그냥 보기에는 귀엽지만 저 안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있을지
감이 오지 않더라고요.

내부 인테리어도 물론 굿이지만
가게 밖으로 보이는 나무들도
푸릇푸릇하니 상쾌해 보였는데요.
도심 한 가운데서
이렇게 고요하게 힐링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뭔가 세상에서 잠시 떠나와서
산속에서 자유를 즐기는 것 같았죠.

요즘 신식 건물 같은 세련됨은 없지만
저는 오히려 옛것을 살린 것 같은 모습이
더 잘 어울린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히려 요즘 레트로 감성을
찾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더 분위기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밥 다 먹고 나와서 저 앞 벤치에 앉아
사진 찍고 돌아왔거든요.
친구들이 다 예쁘다고 난리여서
다음번 모임은 저기서 하기로 했어요.

만족스럽게 식사하고 나서
가족들에게 어땠냐고 물어봤는데요.
입맛이 까다로운 한식 조리사 엄마도
오랜만에 만족스럽게 먹었다고 하시며
한참을 칭찬 해 주셨어요.
원재료 자체의 맛을 살려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삼청동맛집이었습니다.